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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피어난 예술 수보드 굽타 <Ray>

2018.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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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커다란 양동이 속에서 무수한 그릇과 냄비, 프라이팬, 도시락통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이것들이 모여 반짝거리는 작은 산을 이루는데요. 파라다이스시티 뜰에 설치된 인도 아티스트 수보드 굽타의 작품 <Ray>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먹고 기도하라, 인도의 대표 작가 수보드 굽타

 

파라다이스시티 뜰에 설치된 수보드 굽타 <Ray> (2012)

 

인도가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수보드 굽타’는 아시아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문제를 진지하면서도 재치 있는 방식으로 다루는 작가입니다. 특히 인도에서 요리할 때 자주 사용하는 조리기구와 그릇을 이용해 기념비적 형상을 대규모로 제작하는데요.

 

사실 그도 본래는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퍼포먼스, 조각, 일상의 레디메이드(기성품) 오브제의 발견과 설치에 주력하면서, 회화 위주로 돌아가던 제한된 인도현대미술의 지형을 바꾸고 미술계의 관심을 인도로 향하게 했죠. 파라다이스시티 뜰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Ray>는 그의 가치관과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인도의 전통과 현대의 생활상을 담아내다

 

인도 뭄바이에서 볼 수 있는 원통형 도시락통 ‘다바’

 

<Ray>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도 특유의 식기들이 보이는데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몇 층으로 이루어진 원통형 스테인리스 스틸 도시락 ‘다바(Dabba)’입니다. 인도의 남성 직장인들은 점심을 ‘다바’에 담긴 도시락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요. 수보드 굽타 역시 ‘다바’에 얽힌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철도원인 아버지께 도시락을 갖다 드리는 심부름을 하곤 했어요.” 2010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 최초 개인전을 위해 방한했을 때 그가 한 말입니다. 이처럼 다바 도시락통에는, 그리고 그밖에 <Ray>에 포함된 각종 조리기구와 식기에는, 수보드 굽타 개인의 추억은 물론 인도의 동시대 삶과 문화, 그리고 세계 보편적인 식문화와 그에 얽힌 담론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차가운 금속 식기에 담긴 진실

 

 

 

인도에서는 스테인리스 스틸, 구리 등 금속으로 된 식기를 고집하는데요. 여기에는 힌두교도 특유의 정결한 것과 불결한 것에 대한 믿음이 반영됐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액체가 스며들 수 있는 재질이면 다른 이의 침도 흡수될 수 있어 불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죠.

 

이 속에는 불편한 진실도 있는데요. 카스트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도인들이 낮은 카스트에 속한 사람의 체액을 불결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를 통해 그만큼 인도인들에게 ‘먹는 행위’는 본능적이고 일상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수보드 굽타는 그 점을 주목합니다. 

 

 

 

하찮은 오브제에 숭고함을 불어넣다 

 

어두운 밤에 감상하는 수보드 굽타 <Ray>

 

 

이렇듯 수보드 굽타가 작품에 사용하는 금속 식기와 조리도구에는 인도 특유의 전통, 신앙, 불편한 믿음, 인도의 동시대 문화, 인류 보편의 식문화 등이 모두 얽혀 있는데요. 이것들이 모인 그의 작품은 마치 소우주를 이루는 듯한 형태와 특유의 단단함 그리고 제한된 색채로 인해, 하찮은 오브제들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강력한 존재감을 가지며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하죠. 수보드 굽타의 말대로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신성한 것이 되는 순간입니다

 

“인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오브제를 의도적으로 고르거나 인도 미술의 전통을 작품에 표현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내가 사는 곳과 내가 보는 것을 다룰 뿐입니다.” –수보드 굽타-

 

일상에 무료함이 느껴지는 어느 날, 파라다이스시티에 전시된 수보드 굽타의 <Ray>를 통해 일상의 숭고함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본 포스팅은 파라다이스 그룹 사내보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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