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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몬드리안, 조각보 히스토리

2016.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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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는 '조각으로 된 보자기'를 뜻하는 말입니다. 직선이나 기하학적 패턴으로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현한 규방 공예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조각보는 궁중에서 사용된 궁보와 민간에서 사용된 민보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요.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일품인 조각보의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세심하고 정교해집니다. 오늘은 동양의 몬드리안이라 불리는 조각보의 히스토리에 관하여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몬드리안의 회화나 유럽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등은 조각보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감탄하며 비견하는표현들입니다. 한마디로 예술적이라는 의미인데요. 실상 조각보는 옛 여인들이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이어서 실생활에서 쓸 보자기로 만든 것입니다. 일상에서 사용했던 전통 생활 용품이었을 뿐이지만 워낙 아름다워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물론이고, 오늘날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한국 여인들의 알뜰함, 살뜰함, 꼼꼼함 그리고 심미안을 버무린 규방 문화의 꽃이 바로 조각보인 것인데요. 약 2백여 년 전 조선시대 평범한 여인네들은 선물을 싸는 선물보, 밥과 반찬을 덮어두는 상보, 예단을 포장하는 예단보, 찻상을 덮어두는 다과보 등으로 조각보를 제작했습니다. 주부들의 편의를 위해 제작된 보자기들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만든 이 자투리 천의 합체는 그 어느 회화 작품보다도 색이 조화롭고 비례와 균형감이 출중해 어느새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조각보는 서양식 퀼트나 패치워크와 비슷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의 조각보와 서양식퀼트는 조각 천을 연결하는 바느질 기법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조각보는 홈질이 아닌 감침질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천 조각을 감침질로 이으면 땀이 매우 촘촘해서 고급스럽고 세심한 느낌이 난다고 하는데요. 조각 천을 잇는 바느질 기법인 감침질은 땀이 곱고 작은데다 워낙 일정해 엄청난 끈기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작은 천 조각을 이어 붙이며 정성을 다하여 만든 조각보에는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응복 작가의 조각보 침구 제품들


 

사실 조각보 중엔 사용한 흔적이 없는 것들도 꽤 있습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면서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또 그 며느리로, 고이 전달된 것들이 그 예인데요. 이처럼 쓰지도 않을 조각보를 장시간 정성껏 만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데서 오는 희열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온전한 창작의 기쁨은 당시 여성들이 받는 억압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자투리 천을 모아 색상을 고르고 조화롭게 이어 붙이는 과정은 노동이 아니라 오락이기도 했습니다.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


이 조각보 제작에 사용되는 천의 종류는 모시와 각종 견직물 등인데 대부분 같은 소재들끼리 조합되었다고 합니다. 모시, 얇은 비단인 사와 나 등은 주로 여름용으로 제작되었는데요, 대부분 홑보로 만들어졌습니다. 반대로 비교적 두터운 명주 같은 견직물은 겹보로 만들어져 겨울철에 사용되곤 했는데요. 지금 현재 조각보는 단순히 물건을 싸는 도구가 아니라 한국의 미를 결합한 인테리어 장식품, 공예가들의 작품 속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각보로 대표되는 규방 공예가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는 일은 매우 의의가 큽니다. 골방에서 시작된 아낙네들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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