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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숙희문학상 수상자 방현희 작가 인터뷰

2019.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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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숙희문학상’ 수상작에 방현희 작가의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선정

 

파라다이스 그룹이 후원하는 ‘제9회 전숙희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현대문학관 중앙홀에서 열렸습니다. ‘전숙희문학상’은 수필가 전숙희 선생을 기리고, 수필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2011년 제정됐는데요. 주로 수필의 예술적 가치를 드높인 창작물에 수여됐습니다. 철학자 강신주,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의 작가 정여울 등은 물론, 노명우 교수처럼 사회학자의 작품에도 그 영예가 돌아갔죠.

  

 

‘제9회 전숙희문학상’에는 방현희 작가의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가 선정됐습니다. 소설가이자 간호사인 저자는 남다른 집필 과정과 작품의 고유성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심사위원들은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간호사로서, 인간 삶의 다면성을 고유한 방식으로 담아냈다.”고 평했습니다. 사람들의 아픔과 아픔에 대한 문제의식을 새롭게 풀어낸 방현희 작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제9회 전숙희문학상’ 수상자 방현희 작가 스토리①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에 대하여



삶의 축소판, 병원 속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작품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

 

‘제9회 전숙희문학상’ 수상작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는 저자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바를 섬세한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병원 속 다양한 군상을 만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한 통찰을 이어가죠.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환자와 가족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사랑이 무엇일지 고뇌하는데요. 입체적인 서사를 담아내며 병원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소설가로 17년, 간호사로 9년을 일해온 내공이 제대로 담긴 작품입니다.


 

‘제9회 전숙희문학상’ 수상자 방현희 작가 스토리②

수상자와의 일문일답



Q1. 수필가 전숙희 선생을 기리는 ‘전숙희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이번 수상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방현희 작가: 2001년 이 자리에서 전숙희 선생님께서 창간하신 문예지 <동서문학>의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18년이 지난 지금 전숙희 선생님을 기리는 문학상의 수상자로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제 작가 생활의 중요한 지점마다 선생님이 함께하시는 느낌입니다.

 

Q2. 작가님께서는 제목부터 짓고, 작품의 방향을 정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를 집필할 때도 그러하셨는지, 제목에는 어떤 방향성과 의미를 담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방현희 작가: 저는 제목을 먼저 짓는 편입니다. 글의 방향이 잡히면 대체로 제목이 잡히곤 하니까요. 이 작품의 원제목은 <사랑,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가진 감정이 과연 사랑일 뿐일까, 사랑보다 훨씬 큰 연대나 공유 같은, 하지만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같은 생각을 하며 제목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다 쓴 후 생각해보니, 글의 성격을 보여주기에는 모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의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않았다>는 제가 작품에서 가장 아끼는 꼭지인 ‘제망매가’에서 뽑은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친구 앞에서 함부로 울 수도, 함부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는 문장이 있는데요. 사랑을 입에 올리지 않고도 진심을 전달하는 애틋한 포옹 같은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Q3. 주로 소설을 써오셨는데, 이번 작품을 소설이 아닌 산문 형식으로 풀어낸 까닭이 있을까요?

 

방현희 작가: 제가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당면해 있는 상황이 극적이었고, 그들이 처한 처지도 다 달랐습니다. 각각의 극적인 사실성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심하다가 산문 형식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Q4. 이전 작품들을 보면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인간의 심리와 내면을 다루셨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내공이 집약된 듯한데요. 9년 동안 병원의 환자들과 마주하면서 ‘어떤 영혼의 마찰’을 느끼셨나요?

 

방현희 작가: 병원은 대체로 극한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공간입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한 인간이 하는 행동과 말, 앞뒤의 맥락을 기억 속에 저장하곤 하는데요. 위급 상황에 놓인 신체는 오직 생존하고자 하기에,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견지해왔던 신념이나 의지 등을 생존과 맞바꿔야 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놓고 생존과 씨름하죠.

 

저는 그 상태에 놓인 인간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생명이 하는 일은 오직 생존하고자 하는 것이고, 생존하고자 모든 것을 다 건 당신의 영혼은 숭고하다고요. 그리고 마침내, 투쟁하던 신체는 맺음의 순간에 도달합니다. 회복되는 것도, 사망하는 것도 맺음을 거치는 것입니다. 저는 고요히 누워있는 신체에 경의를 가집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보내드립니다.

 


Q5. ‘물리적인 고통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아픈 순간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지기에, 사랑을 비축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는 작가님께서 추구하는 ‘느슨한 공동체’와도 맞닿아 있는 말 같은데요. 점점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혼자’ 지내길 원하는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방현희 작가: 사랑을 비축해야 된다고 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웃음) 사랑을 어떻게 비축할까요. 다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를 위해 저 또한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빌려줄 것입니다. 아픈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이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죠. 약한 자로 추락해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독한 세상이라는 절벽 앞에 마주 선 순간, 그때만큼 사랑을 필요로 할 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4분의 1이 독신 가정이고, 얼마 안 가 인구 대비 독신자 비율이 전체 30%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각자의 선택이겠으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사회적 약자는 그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최소한의 역할이며 기능이라고 판단해요.

 

그래서 저는 한 사회 안에서 병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지역 사회의 복지 시스템과 병원은 반드시 밀접한 관계를 맺고 독신자들의 병원 생활을 책임져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구체화 시키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Q6. 요즘 현대인들이 겪는 질환 중 우울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2. 당신, 우울한가요>에서 따뜻한 위로와 나눔이 우울증에 해결이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행복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위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방현희 작가: 병원을 다니면서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직접 보게 됐습니다. 30대의 청년들은 거의 긴장증을 지니고 있었고,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40~50대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비교적 편안한 젊은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그들에게 부여된 현실의 무게가 어느 만큼인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줄 친구나 내 아픔을 깊이 알아줄 친구를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언제든 나를 위해 기꺼이 개그맨이 돼주고, 기꺼이 울어줄 사람이 친구밖에 더 있을까요. 외로움이 더 깊어지기 전에 손을 내밀어 친구를 끌어당기시기를….

 

Q7. <13. 나는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에서 노년의 가치를 이야기하셨습니다. 작가님은 노후에 언제라도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는데, 어떤 도전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방현희 작가: 지금 하는 일을 더 못하게 되면 뜻이 같은 친구들과 작고 느슨한 공동체를 꾸리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서로에게 엄격한 규율이나 살림을 요구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바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공동체 내에서 글과 관련된 일을 하며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을 맡고 싶습니다.

 


Q8.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방현희 작가: 오래 떠나 있던 병원에 돌아와 제가 새롭게 본 것은 철없던 20대에 보았던 것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생명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바를 바치는 행위. 이보다 숭고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숭고함은 내 곁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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