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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과 누드, 이 오래된 것들을 꺼내어 한 캔버스에 녹인 곽승용 작가. 그의 작품에서 만난 것은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 바로 ‘오래된 미래’입니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법을 펼치는 곽승용 작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서양인의 누드와 우리의 전통 한복을 중첩시킨 <오래된 미래(Old future)> 시리즈가 매우 흥미로워요. 이 둘의 조합은 어떻게 생각하신 건가요?

한국에서 미술대학을 졸업 하기까지 제 그림의 주된 소재는 서양인이었습니다. 프랑스 유학시절에도 서양 인물에 대한 탐구는 지속되었는데요. 파리8대학 이반 뚤루즈(Ivan Toulouse) 교수님의 질문을 받고부터 동양, 한국, 우리의 것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동양인인데 왜 서양인만 그리는가? 너희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요. 사실 그때는 말문이 막혀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로 우리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고 한지, 도자기, 한복 등 옛 것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작업에서도 기존의 서양 인물과 우리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누드와 한복의 조합이 탄생했죠.


Q. 누드와 한복은 각각 무엇을 대변하는 것인가요?

현대 미술에서 누드와 한복 그림은 주로 유행에 뒤떨어지고 진부한 분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이러한 인식들에 항변하고 인체와 한복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가치 있는 영역으로 회복시키고 싶었습니다. 누드와 한복 작업의 화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인데요. 두 개의 오래된 소재의 만남과 교차에서 새로운 창작이라는 미래를 경험합니다.


Q.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을 짓게 된 이유가 있나요?

2005년 대구예술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제목을 정하고 아트 북을 만드는 강의를 했었어요.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다양한 등의 형용사 군과 과거, 흔적 등의 명사군 들이 우연적으로 결합되면서 정해진 여러 제목 중 하나가 ‘오래된 미래’였습니다. 제가 평소 고민하던 주제와 맞는 것 같아 그 제목을 빌려와서 작품에 붙였습니다.



Q.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먼저 아크릴 물감과 젯소를 섞은 아이보리색으로 캔버스에 밑칠을 한 후, 연필을 사용해 인체를 스케치하는 것으로 작업이 시작됩니다. 스케치를 바탕으로 연하게 희석한 검은색 물감을 에어브러시를 통해 분사합니다. 뿌리고 건조하기를 보통 5~10회 반복하죠. 

그리고 한복의 형태에 따라 조화롭게 색을 입힌 후 스텐실 기법으로 문양을 넣습니다. 다음은 머리에 가채의 형태를 그린 후 다양한 장식을 표현하는데요. 이 과정은 에어브러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유성 바니쉬를 2~3회 발라주면 그림이 마무리되죠. 작업의 시작에서 완성까지는 보통 2~3 개월 정도 걸립니다.

Q. 모나리자를 비롯해, 조앤 폰테인 등 몇몇의 여성들이 반복적으로 작품 속에 등장해요. 특별히
그 인물들을 고른 이유가 있나요? 
모나리자가 한복을 입은 작품의 경우 초등학생들도 거의 알아봅니다. 키아프(Kiaf) 전시장을 방문한 아이들이 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게 작품 앞으로 다가와 감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낯설지 않고 친숙한,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모나리자 혹은 조앤 폰테인이나 잉그리드 버그만 같은 흑백 영화의 여주인공들을 통해 누드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죠.

Q. 한복 고름이 반대에요. 의도한 것인가요?
예술작품은 작가의 주관적 표현이 허락된 공간이라 생각합니다. 한복을 직접 만들거나 고증하는 연구자들에게는 고름이 거꾸로 있다는 것은 틀린 결과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림이라는 창작의 세계에서는 고름을 반대로 또는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제 그림에서는 인물과 한복의 조화, 인물의 시선, 전체적 화면구성 등을 고려해서 고름이 바로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Q. 작품 속 한복은 문양이 섬세해요. 문양에 주목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의도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저의 그림에서 한복에 문양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느낌은 아주 많은 차이가 납니다. 한복의 질감, 화려함과 다양성, 그리고 장식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한복에 문양을 넣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죠. “화가는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그리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는 말고”라고 말한 피카소의 지적에서처럼, 제 그림에서도 한복 문양이나 고름, 동정, 가채와 장식 등이 무엇을 상징하거나 의미를 담아낸다면 오히려 자유로운 창작에 방해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한복 요소들이 말하는 의미나 상징들의 고려보다 지금은 시각적 측면, 인체와의 조화, 전체적 화면구성, 한복 색의 어울림, 작품의 완성도 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곽승용 작가


Q. 프랑스에서 공부하셨어요. 외국 생활이 작품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유학생활은 바쁘게 앞으로 직진만 하던 저에게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 보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전통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프랑스의 문화 정책을 접하면서 그림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죠. 동양과 서양의 다른 점들을 비교하면서 사고의 전환과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지금 하고 있는 ‘오래된 미래’ 작업을 탄생하게 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유학생활의 추억과 기억 그리고 교육은 지금의 작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화가 램브란트를 좋아합니다. 특히 자화상의 얼굴 부분을 감상하면서 ‘영혼’의 전율까지 전달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의 그림을 처음 접하던 순간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램브란트 그림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 하고, 다시 보고 싶어 하고, 깊은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본 포스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련된 감각으로 소개하는

한류 문화 매거진 '韩悦(한웨)'에서 발췌했습니다.


  1. 영도나그네 2018.11.05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복을 입은 모나리자 상이
    이채롭기도 하군요..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