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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고시엔 스타! 시골 야구팀의 기적

2018.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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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오타쿠 김성수의 일본이야기 제26회 


2018년, 일본 역시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습니다. 7월 중순경부터 연일 최고 온도 기록을 알리는 기상청의 발표가 무덤덤하게 느껴질 만큼 폭염이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날씨였죠. 


이렇게 더운데도 불구하고 예년과 다름없이 8월은 일본열도 전체가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의 뉴스로 들끓었습니다. 이른바, ‘여름의 고시엔(甲子園)’ 또는 ‘여름 고교 야구’라고도 불리는 이 대회는 일본의 모든 야구 소년들이 출전을 꿈꾸는 대회입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메이저 리거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즈),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고시엔에 출전한 바 있는 선수들이죠.


특히 올해는 100주년 기념대회로 일본 전국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는데요. 전국 4,000여 개의 고등학교가 치열한 지역 예선을 거쳐, 단 56개교만이 본선에 진출하여 꿈의 구장 고시엔의 그라운드를 밟았습니다. 


요미우리 신문 2018년 8월 22일 조간 【우승 팀 사진】


매년 고교 야구 명문이라고 불리는 유명 학교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면서 좋은 성적을 내지만, 때때로 각본으로는 도무지 쓸 수 없는 기적 같은 시합이 속출하는 것도 ‘여름의 고시엔’인데요. 구장을 찾는 야구팬이나 TV를 통해 관전하는 시청자들은 프로야구와는 다른 어린 고등학생들의 열정 넘치는 플레이에 매료되고, 출신 고향 고등학교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애향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올해 2018 고시엔에는 ‘야구의 신’이 「100주년 기념 대회」를 축하하듯 선물을 내려 고시엔의 열기를 더했는데요. 2018년 대회를 멋지게 장식한 기적의 잡초 군단이 등장한 것입니다.


요미우리 신문 2018년 8월 20일 조간 【카나아시농・요시다 투수】


그 주인공은 바로 「카나아시농업(金足農業)고등학교(이하 카나아시농)」입니다. 카나아시농은 당초 우승과는 먼 약체 팀이었습니다. 2회전에라도 진출할 수 있을까라고 평가를 받던 이 팀이 1승 1승을 쌓아가며 결승전에 가까워지자, 스포츠 뉴스는 시끄러워지고 대중들도 점점 관심을 가지며 응원하기 시작했죠.


과연,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일까요. 전국 고교 야구팬을 열광시킨 것은 카나아시농이 ‘만화’를 방불케 하는, 아니 혹자는 ‘만화’를 초월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선, ‘카나아시농’은 공립 고등학교입니다. 야구에 소질이 뛰어난 선수가 모여드는 명문고가 아니라, 그냥 그 지역에서 자란 학생들이 들어가는 일반적인 고등학교인 것이죠. 심지어 주전 멤버 9명 중 6명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야구를 시작한 초보자였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야구를 경험해 온 우수한 선수들이 모이는 야구 명문고들에 실력만을 놓고 비교하자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카나아시농’의 선수들은 오리지널 「아키타 촌놈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둘째, 1984년을 마지막으로 34년 만에 본선에 진출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지역 신문의 작은 뉴스거리가 될 정도인데, 이 팀이 유명 우승 후보들을 누르고 결승까지 진출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아키타현(秋田県)의 고등학교가 결승에 진출한 것도 제1회 대회의 결승전 이후 무려 103년 만이라고 합니다(대회는 도중 3번 정지되었음). 제1회와 제100회의 결승전. 아무리 영화 연출이나 만화라고 해도 이런 스토리는 쓰기 어렵지 않을까요. 


셋째, 초보자였던 6명을 포함한 주전 멤버 9명은 지역 예선 시합부터 본선 결승전까지 단 한 명의 교체 멤버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시합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독려하고 응원하며 모든 시합을 같이 뛰었던 것입니다. 교체 멤버가 풍부한 야구 명문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혹여 부상 선수라도 있었다면 이 기적 같은 스토리는 결코 쓰여지질 못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 시합 선발 등판하여 던진 ‘요시다 코세이(吉田 輝星)’ 투수. 그의 아버지도 ‘카나아시농’ 야구부 출신이었다고 하는데요. 고시엔의 그라운드는 밟아 보지 못한 후보였다고 합니다. ‘요시다’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기가 대신해 ‘카나아시농’의 선수로서 고시엔에 출전하기 위해 야구 명문고로부터의 스카우트 제안도 거절했다고 합니다. 어떤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아버지가 이루지 못 한 꿈을 현실에서 이룬 것이죠. 


주전 투수로서 아키타 지역 예선 5시합에서 636구, 본선 5시합에서 881구 총 1,517구를 던졌습니다. 현대 의학을 거론하며 어린 선수를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당사자는 자신이 끝까지 던져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해 동료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죠(본선 결승전에서 5회 이후 라이트 수비로 교체되었음).


요미우리 신문 2018년 8월 22일 조간 【카나아시농9명 이루지 못한 꿈】


마치 만화 같은 기적과 재미가 있었던 고시엔과 함께 2018년의 8월은 무척 뜨거운 여름으로 선명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여름이 뜨거웠던 만큼 틀림없이 멋진 가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데요. 특히, 올해 고시엔에 감동을 선사한 카나아시농이 있는 아키타현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키타현의 단풍 명소와 관광 포인트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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